책소개
모든 관계의 변수는 ‘거리’다.
거리 두기 하나로
아흔아홉 가지 갈등을 해결하는
공간과 관계의 심리학
혼자는 외롭지만 둘은 괴롭다. 금요일 저녁, 혼자 있고 싶지 않아 약속을 잡았다가도 막상 약속 자리에 나가면 다시 혼자 있고 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소외감을 느끼고 타인과 접점을 찾다가도, 정작 만나고 나서는 스트레스 때문에 금방 자리를 뜨고 싶어진다. 외롭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잡을 수는 없는 걸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이런 고민에 답하기 위해 조직 심리학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탐색하고, 인간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공간 이론(proxemics)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를 활용해 사람들이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상처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공간 이론을 만든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과 여러 연구자들에 따르면, 연인이나 가족에게 허용하는 거리보다 멀지만,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거리보다는 가까운 4피트(약 1.2미터)가 가장 적절한 ‘사회적 거리’다. 물리적으로 4피트 떨어진 거리만큼, 심리적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사회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리적 거리가 그보다 짧다면 대상과 지나치게 가까워 상처를 주고받고, 그보다 멀다면 관계가 소원해져 서로에게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과 적절한 심리적·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왜 필요하고, 또 어떻게 해야 그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러 실험과 사례, 실용적 지침을 담아 설명한다.
들어가는 글
1장 내겐 너무 가까운 당신
자기만의 공간
사회생활을 결정짓는 거리, 4피트
균형 이론, 공평성 이론, 귀인 이론
관계를 형성하는 두 가지 요인, 힘과 호감
2장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약자 편: 그저 당하고만 있을까요?
문제의 근원, 힘의 불균형
너무 가깝고도 먼 상사들
착각하는 카리스마
보기 싫은 상사의 ‘꼴’
익숙하지 않은 거절과 익숙한 평가
강자 편: 무조건 믿어도 괜찮을까?
오른팔이 뒤통수친다
한 걸음 물러서고 한 걸음 다가가기
3장 친구보다 먼, 적보다는 가까운
동료 평가를 대하는 두 가지 태도
키 큰 양귀비 증후군과 착한 아이 증후군
관계 부적응과 요나 콤플렉스
3년을 결정하는 3초, 첫인상
무례하거나 무시하거나
희생양
적인지 동지인지 모를, 친적
4장 불면증과 무기력증 사이
일밖에 모르는 직원과 일을 모르는 직원
번아웃 증후군
열정 중독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일의 가치를 찾아서
성장하는 사람들의 네 가지 습관
직장이 사라지는 시대
5장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300 : 29 : 1
실패에서 배우기
삼진이어도 헛스윙
참고문헌
사람에게도 보이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습관적으로 생기는 물리적 거리다.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이 공간을 침범했다고 생각하면, 불편해하고 심지어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공간은 ‘신체 보호 영역’이라고도 불린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이 영역이 훨씬 더 넓다. --- p.19
주변 환경도 개인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큰 방에서는 개인의 공간 크기가 줄어들지만, 작은 방에서는 반대로 늘어난다. 좁은 공간일수록 상대에 대한 경계심이 더 크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천장의 높이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개인의 공간은 더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 두 가지를 종합해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천장이 낮고 협소한 카페보다는, 천장이 높고 넓은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 p.22
심리학자 도널드 키슬러Donald J. Kiesler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상대를 어떻게 대할지 결정할 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한다. 한 가지는 ‘상대에게 얼마나 순응할 것인가, 또는 상대를 얼마나 통제할 것인가?’이고, 다른 한 가지는 ‘상대에게 얼마나 친밀하게, 또는 적대적으로 대할 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하게 작용하는 두 가지 축이 있는데, 하나는 ‘힘power의 축’이고 다른 하나는 ‘호감의 축’이라는 것이다. --- p.44
문제는 화를 무작정 억누르는 것도 방어기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분노 조절 장애는 역설적으로 억울한 감정이나 욕구 불만, 분노 등으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쌓이고 쌓여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성적이고 꼼꼼한 사람들이 이런 감정들을 제대로 발산하지 않고 억제하기에 더 위험하다. 해소하지 않은 감정들이 쌓이다 보면 일순간 울화가 치밀거나 화병이 생기는 것이고, 결국에는 처음과 달리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크게 폭발하는 사람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 pp.73-74
또 다른 골프 스타, 아니카 소렌스탐Annika Sorenstam 역시 키 큰 양귀비 증후군의 피해자다. 그녀는 한 매체에서 “주니어 선수 시절, 우승을 할 경우 인터뷰를 해야 하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2위를 하곤 했다”고 고백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골프 경기에서 그런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두려워 말자’는 뜻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경기를 했다. 끊임없는 노력과 코치의 도움으로 키 큰 양귀비 증후군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그녀는 결코 골프 여왕으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 p.121
직원들을 혹독하게 대하던 임원이 있었다. 직원들 모두 그 임원 앞에서는 ‘예스맨’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고, 뒤에서 좋게 평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랫사람 대하는 태도가 절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임원이 어느 날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그동안 “자신의 행동이 과했다”고 사과를 건네기까지 했다. 도대체 이 임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