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절이란?

우리는 보통 어떤 일정한 형식, 격식을 차리는 것이 예절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형식적인 면에 집착하는 때가 많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는 이렇게 잡아야 한다.’, ‘술을 따를 때는 이런 식으로 해야만 한다.’라는 식으로 정해진 틀 안에 우리의 행동을 가두려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너무 그런 틀에 집착하다보면 예절이란 것이 생겨나게 된 진정한 의미를 간과한 채, 그것을 지키지 않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은연중에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게 되곤 합니다. 오늘은 ‘네 인생을 재부팅하라.’에 소개된, 진정한 예절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 한편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970년대 초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두 젊은이가 오랜 연애를 한 끝에 결혼을 약속하여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상견례는 주로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졌기에 이들 또한 상견례 자리를 서울에 있는 한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마련했지요.


그런데 신부 쪽 부모는 평생을 시골에서 지낸 어른들이라 좀처럼 서울에 올라올 기회가 없으셨던 분들이었습니다. 당연히 호텔 레스토랑도 난생 처음이라 혹시 부모님께서 실수라도 하실 까봐 신부될 사람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여자는 상견례 전 부모님께 포크와 나이프의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그날,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가 끝나고 식사를 하게 되었지요. 신부될 여인은 혹시 부모님께서 나이프를 서툴게 사용하지는 않을까, 포크를 잘못 사용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신부의 아버지가 식탁위에 세워져 있던 냅킨을 보고는 격식을 차려 의젓하게 머리에 쓴 것입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예절을 갖추기 위해 놓아둔 모자쯤으로 착각을 했던 것이지요. 신랑 측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도 갑작스런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상견례 자리가 완전 웃음판으로 바뀌거나, 잘못하면 혼사가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셨을 것 같은가요? 그 때 잠시 망설이고 있던 신랑 될 청년의 아버지는 신부 아버지가 한 것처럼 냅킨을 머리에 쓰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식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엔 당황했던 친구들도 이내 청년 아버지의 깊은 속뜻을 알아채고는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상견례 자리는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상대방과의 만남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신랑 아버지의 진정한 배려의 마음이 그 누구도 마음 상하는 일 없이, 그 자리를 무사히 마무리 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예절이 먼저인가, 사람이 먼저인가’라는 것의 답은 당연히 ‘사람’이 먼저가 될 것입니다. ‘예절’이란 것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 그리고 ‘예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예전에 어떤 퀴즈 프로그램에서 ‘테이블 앞의 상대방이 포크와 나이프를 바꾸어 들었을 경우 예절은?’이란 문제의 정답은 ‘그것을 알아차린 사람도 포크와 나이프를 바꾸어 든다’였던 것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떠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이런 식의 예절은 상견례 자리라든가 비즈니스 상황 등의 중요한 자리뿐만 아니라 모든 공적, 사적인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정 상대방을 배려하고 싶다면, 형식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마음가짐에서 떠나, 상대방이 편안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제까지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형식적인 것을 모두 무시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마음을 써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예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기 계발 작가 김보승 드림


*참고 자료: ‘네 인생을 재부팅하라.’, 김영진 지음,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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