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어원을 알면 글이 재미있어진다- 얼간이가 된 이유따끈한 밥 한 공기와 어리굴젓 한 종지.
생각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어리굴젓이 나오는 곳은 충청도 서산의 간월도이다. 그런데 왜 간월도에서 생산되는 젓을 어리굴젓이라고 할까? 어리굴젓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통 젓갈은 맵고 짜게 담근다. 굴로 젓을 담글 때도 고춧가루와 소금을 제법 많이 뿌려야 한다. 그러나 간월도의 굴은 섬모가 많아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적게 넣어도 골고루 묻고 발효가 잘 된다고 한다. 간이 약하게 된 상태를 얼간이라고 한다. 얼간이 된 젓갈이라는 뜻에서 어리굴젓이라는 말이 나왔다.
우리는 흔히 ‘이 얼간아!’라는 놀림말을 한다. 사람도 간이 덜 된 것처럼 됨됨이가 변변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경우에 얼간이라고 한다. 사람을 맛에 비유하는 것을 조상들은 즐겼나보다. 싱거운 놈이니 짠 놈이니 하는 말도 있는 걸 보면.
야, 수작 걸지마!
이럴 경우 수작이란 말의 어원을 아는가? 수작은 갚을 酬, 따를 酌 즉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그랬다. 주막에서 처음 보는 사람끼리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 통성명을 하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작을 건다’는 말이 생겼는데 이 말이 요즘은 좀 불순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변명(辨明)이란 말도 그렇다.
원래는 ‘사리를 분명하게 밝힌다’는 의미인데 요즘은 ‘자기의 잘못을 덮으려고 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잘못된 행동의 이유를 밝히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우리는 뭔가를 변명하는 것이 영 달갑지 않다. 그러나 변명은 해야 한다. 덮어두면 더 큰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까.
야, 근사하다!
새 옷을 입었거나 뭔가 멋진 일을 해내었을 때 이런 감탄사가 나온다. 근사(近似), 이 말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근사하다는 것은 어떤 멋진 기준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쓰이면서 아주 좋다는 뜻으로 발전하였다. 비슷하나 아닌 것을 사이비(似而非)라고 한다. 사이비란 말도 한자어이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하편에 나오는 말이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 특히 감명 깊었던 것은 ‘Deer Hunter'라는 영화이다.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월남전을 배경으로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총알 하나가 들어있는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비인간적 도박인 러시안 룰렛 게임과 사슴 사냥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이 영화 제목이 말 그대로‘사슴 사냥’인데 사냥이란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요즘은 등산을 山行이라고도 한다. 사냥은 바로 산행에서 나온 말이다. 하기야 동물을 잡으려면 산으로 가야 하니까 적확한 어원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런 몇 가지 사례의 어원을 밝히는 것은 어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우리말의 어원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뜻밖의 어원을 가진 것도 많다. 글쓰기에 있어서 어원을 많이 알면 문장력이 풍부해진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다. 어원을 알기 위해서는 사전을 보라. 국어사전에 어원이 표시된 경우가 많고 백과사전을 보면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국어사전을 늘 갖고 다니면서 아무 페이지나 넘겨서 보라. 뜻밖에도 사전이 참 재미있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어원을 잘못 알고 엉뚱하게 쓰면 좋은 글도 도/루/묵/이 된다. 여기서 도루묵의 어원은 무엇일까? 직접 찾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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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카피연구실 홈페이지는 www.choicopy.com